Ⅰ. 서론
교통과 통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지역 간 이주는 여전히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애에 걸쳐 여러 번의 이주를 경험할 것이다.1) 이주는 다양하고 복잡한 의사결정-이를테면, 지역, 시기, 방법 등-을 수반하며, 이들 가운데 어느 지역으로 이주할 것인가(즉, 이주거리)와 주택을 어떻게 점유할 것인가(즉, 주택점유형태)에 대한 고민이 가장 심각하게 고려될 것이다.
통계청의 <국내인구이동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연간 이동자수는 2022년에 6,152,155명이었으며, 이를 이주거리에 따른 유형별로 구분하면 시군구 내 이동은 35.3%, 광역시도 내 시군구 간 이동은 29.4%, 그리고 광역시도 간 이동은 35.3%에 해당하여 광역시도 간 경계를 넘는 이주의 비중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2) 한편, 이동건수는 4,412,470건으로 이들의 사유별 비중에서 주택(전입신고서에서 전입 사유로 주택을 선택한 경우에 해당하며, 보다 구체적으로 주택 구입, 계약 만료, 집세, 재개발 등의 사유로 이동하는 경우를 의미함)은 27.3%를 차지하여 직업(27.5%) 다음으로 높다. 시도 내 이동건수는 2,654,370건에 해당하고, 이 가운데 35.3%가 주택으로 인해 야기되었다. 반면에, 시도 간 이동건수는 1,758,100건이며 그 사유가 주택에 해당하는 경우는 15.0%로 시도 내 이동에서의 해당 비중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 전국을 대상으로 주택의 자가점유비율은 1995년 53.3%에서 2020년 57.3%까지 2010년을 제외하면 매 시점 상승하였다(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1995∼2020). 한편, 2020년을 기준으로 자가점유비율은 지역별로 43.5%(서울)에서 71.1%(전남)까지 분포하여 광역시도 간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부분적으로나마 단독주택(48.1%)에 비해 아파트(66.2%)에서 현저하게 높은 자가점유비율을 나타내고 거처의 종류별 비중에서 주택의 비중이 지역 간 상이함에 기인한다.3)
이처럼, 이주에 있어 장거리의 비중은 높으나 그 사유가 주택에 해당하는 경우의 비중은 오히려 낮다. 주택의 특성 가운데 하나는 해당 주택과 인근 환경에서의 주택 간 이질성이며, 이로 인해 주택의 거래에 있어 수요자와 공급자 간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한다. 이러한 비대칭적 정보는 주택의 거래에서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을 증가시켜 주택의 거래(특히, 주택의 매매)를 둔화시킨다.4) 결국, 이주가 보다 긴 거리에 걸쳐 이뤄질수록 수요자와 공급자 간 정보의 비대칭은 보다 커질 것이기 때문에 장거리 이주에서 주택은 자가점유를 위한 매매 대신에 차가점유를 위한 전세나 월세의 형태로 거래될 가능성이 보다 클 것이다(Ha et al., 2021).
본 논문은 이주의 거리와 주택점유형태 간 관계에 대한 이론적 주장을 실증적으로 분석한다. 일부 선행연구가 제시한 바와 같이, 보다 먼 거리의 이주에서 부동산 혹은 주택에 대한 보다 불완전한 정보가 존재할 것이며 이로 인한 주택가격의 시세와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은 이러한 유형의 이주를 통해 주택의 자가점유 가능성을 낮출 것이다. 하지만, 이주에 있어 거리뿐만 아니라 행정구역 간 경계를 벗어나느냐의 여부에 따라 자가점유확률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특히,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영남권 등 권역 간 경계를 넘는 이주의 경우에 이주 직후의 주택점유에서 자가의 확률이 현저하게 낮아질 것이다. 다시 말해, 권역 간 경계를 벗어나는 이주가 상대적으로 장거리 이주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고 권역-고유의 지역성으로 인해 물리적 그리고 사회경제적 정주환경에서 권역 간 차이가 존재하여 수요자와 공급자 간 주택시장관련 정보에서 보다 큰 격차가 나타나고 이로 인해 수요자는 적어도 이주 직후 단기에 걸쳐 주택을 차가로 점유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본 논문은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2020년 20% 표본자료를 이용하여 이러한 가설에 대한 실증분석결과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정책적 함의를 논한다. 분석결과에 의하면, 시군구 내 이주에 비해 권역 간 경계를 넘는 이주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은 주택자가점유확률이 나타나며 이는 이주하는 가구의 가구주와 주택에 대한 속성을 통제한 후에도 관찰된다.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 2020년 자료를 이용해 이주 직전의 주택점유형태를 통제한 경우에도 분석결과가 유사하여 본 논문의 결과가 강건함을 알 수 있다. 권역 간 경계를 넘는 이주로 한정한 추가적인 분석에서 인접한 시군구 간 이주는 인접하지 않은 시군구 간 이주와 대체로 유사한 주택자가점유확률을 나타낸다. 이러한 결과는 이주의 유형과 주택의 자가점유확률 간 관계가 거리보다는 권역 간 이주 여부에 의해 주로 결정됨을 함축한다.
선행연구에서의 결과들과 달리, 본 논문의 분석결과는 이주거리가 아닌 전출지와 전입지 간 지역성의 차이로 인해 부동산시장에 대한 정보의 불확실성이 증가하여 주택을 자가로 점유할 확률이 낮아짐을 실증적으로 제시하며, 이는 본 논문의 학술적 기여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며, 주거안정은 특정 계층에 한정되지 않고 모든 계층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 대상이나 범위가 포괄적이다. 특히, 주거안정을 위한 수단으로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방안은 주택의 자가점유율을 높이는 것이다. 주택자가점유에 있어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요인으로서 이주에서의 정보의 불확실성을 분석하는 본 논문의 결과는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본 논문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다음 장은 이론적 배경과 선행연구들을 고찰한다. 제3장은 가설검증을 위한 분석모형을 제시하고, 실증분석에 이용된 자료와 변수들의 기초통계를 기술한다. 제4장은 제3장에서 제시된 회귀식에 대한 추정결과를 중심으로 실증분석결과에 대해 논한다. 마지막 장은 본 논문의 연구결과를 요약하고, 이의 정책적 함의 및 본 논문의 한계와 향후 과제를 제시한다.
Ⅱ. 이론적 배경과 선행연구
주택 혹은 주거서비스는 통상의 재화나 서비스와는 다른 특성들을 지닌다(O’Sullivan, 2018). 우선, 이의 소비는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쳐 이뤄지기 때문에 내구적이며(durable), 거주기간 내에 지속적인 유지 및 보수를 통해 수명이 길어진다. 이러한 이유로 주택의 구입에 대한 의사결정은 해당 가구에게 있어 중요하다.5) 또한, 주택은 특정 위치에서 공급되기 때문에 이동이 불가능하다(immobile).6) 주택에 대한 선택이 주택 자체의 특성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지만 주택이 위치한 인근 정주환경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주택의 비이동성은 소비자로 하여금 주택의 선택에 대한 의사결정에 있어 보다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하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주택은 면적, 형태, 건축 이후 경과 연수, 내부시설 등 속성에 있어 개별 주택들 간 차이가 크기 때문에 매우 이질적이다(heterogeneous). 주택의 이러한 속성들로 인해 소비자의 경우 정보가 상대적으로 불완전하여 거래에 있어 불확실성이 야기되며, 이는 다시 거래에 수반하는 위험을 증가시킨다.
주택자가점유확률은 주택가격의 변화와 같은 주택에 대한 투자의 위험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주장된다. 먼저, Henderson & Ioannides(1983)는 주택점유형태 결정에 있어 주택관련 위험-즉, 주택가격의 변화-의 역할을 이론모형을 통해 제시한다. 주택은 소비재인 동시에 투자재에 해당하며, 자가점유자는 투자에 대한 제약으로 인해 적어도 소비하는 만큼의 주택을 소유해야 하며, 이는 전형적인 자가점유자로 하여금 주택에 과투자(overinvest)해야 함을 의미한다. Fu(1991)와 Hilber(2005)에 의하면, 가격의 변화와 같은 주택투자(즉, 자가점유)에서의 위험이 최적의 주택투자를 감소시킴으로써 자가점유 주택과 관련된 왜곡을 증가시킨다. 이로 인해, 자가점유시 주택소비가 감소하고 차가에 비해 자가의 매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주택을 자가로 점유할 확률이 낮아진다.
주택의 매매에 있어 소비자와 공급자 간 정보나 협상력(bargaining power)에서 차이가 존재하고 이는 주택투자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제시된다. Kurlat & Stroebel(2015)은 소비자와 공급자 간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하며, 특히 거래대상 주택 및 인근 정주환경에 대해 소비자가 보다 적은 정보를 가짐으로써 주택 매매거래에서의 위험이 증가함을 주장한다. Agarwal et al.(2018)은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국제시장에서 정보의 비대칭과 학습의 역할을 실증적으로 분석한다. 이들의 결과는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내국인에 비해 외국인이 평균 3.6%만큼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반면에 과거에 거래 경험이 있는 외국인은 학습효과를 통해 이러한 정보 비대칭의 불이익을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제시한다. Harding et al.(2003)에 의하면, 학령기 자녀의 유무와 거래시기에 따라 주택매매에서의 소비자와 공급자 간 협상력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이를테면, 학령기 자녀가 있는 경우에 방학 중에 거래가 성사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거래에 있어 매매가격의 결정에서 주도권을 잃게 된다.
지역 간 이주와 관련하여, 이주의 거리에 따라 새로운 지역 내 노동시장 혹은 주택시장에 대한 정보가 상이한 것으로 제시된다. 먼저, 노동시장측면에서 지역노동시장들 간 보다 먼 거리의 이동은 새로운 지역노동시장에서 고용기회에 대한 정보를 얻는데 있어 보다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DaVanzo, 1983; Yezer & Thurston, 1976).
주택의 점유형태 결정요인에 관한 연구는 국내에서도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이뤄져 오고 있다(대표적으로, 김부권‧원두환, 2022; 유창형, 2015; 이경애‧임미화, 2020; 전해정, 2022). 이들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고려되는 결정요인으로는 성, 학력, 혼인 여부, 연령 등 가구주의 특성, 가구구성, 가구소득, 총자산 등 가구의 특성, 그리고 주택의 유형이나 규모 등 주택의 특성이 포함된다. 비록 실증분석결과는 연구에 따라 상이한 측면이 있으나 대체로 가구주의 연령과 학력, 가구소득 등이 주택점유형태의 결정에 있어 유의한 영향을 나타내는 것으로 제시된다. 우리나라에서 저출산 문제가 사회 전반에 걸친 이슈로 대두됨에 따라 신혼부부의 주거안정이 주택정책에서 점차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로 인해 신혼부부의 주택자가점유에 대한 연구 역시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DTI 규제와 같은 소득제약이 자가점유 결정에서 중요한 것으로 분석된다(신영식‧이현석, 2017; 신형섭‧정의철, 2020; 장지영‧정의철, 2019).
주택시장의 경우, Ha et al.(2021)은 영국에 대한 분석에서 단거리 이주에 비해 50마일 이상의 장거리 이주에서 평균적으로 5.5%만큼 낮은 자가점유확률이 관찰되는 것으로 제시한다. 더불어, 장거리 이주자는 보다 적은 그리고 보다 낮은 질의 정보를 가지고 있음을 인지하고 새로 이사한 지역에서 차가로 거주하는 경우에 주택과 지역에 대한 보다 나은 정보를 축적한 이후에 바로 이사할 가능성이 큼을 보여준다.7)
Chinco & Mayer(2016)는 2000년대 중반 주택가격의 상승률뿐만 아니라 실제 임대료 대비 귀속 임대료 비율의 상승이 외지로부터의 별장(second-house) 구매자들에 의한 수요에 기인함을 보여준다. 외지로부터의 구매자는 잘못된 정보를 지닌 투기자와 같이 행동하기 때문에 보다 낮은 자본이득을 얻고 보다 적은 배당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단거리 이주에 비해 장거리 이주는 노동시장에서의 지역 간 차이에 주로 기인한다. 이주거리에 따른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장거리 이주 이후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지역 내 조정을 위한 단거리 이주가 뒤따르는 것으로 제시된다. 하지만, 영국의 자료에 대한 Clark & Huang(2004)의 분석결과는 이러한 고전적인 사고가 많은 경우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함을 제시한다.
결국, 위험-회피적인 혹은 위험-중립적인 소비자는 이주의 과정에서 새로운 주택과 인근 정주환경에 대한 정보에서의 불확실성(혹은 공급자 대비 적은 정보를 갖는 비대칭성) 증가로 주택투자(즉, 자가점유)의 위험이 커지는 경우 주택을 자가가 아닌 차가로 점유할 가능성이 보다 높아질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Kurlat & Stroebel(2015)은 비대칭적인 정보의 주요한 원인이 인근 정주환경임을 주장한다. 즉, 구매자는 통상 판매자에 비해 해당 주택의 인근 정주환경에 대한 보다 낮은 질의 정보를 지닌다. 이주거리와 주택자가점유확률 간 부(-)의 관계는 이주의 거리가 증가함에 따라 부동산시장에 대한 정보의 불확실성 혹은 비대칭성이 커짐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본 논문은 이러한 정보의 불확실성이나 비대칭성이 이주거리뿐만 아니라 전출지와 전입지 간 지역성에서의 차이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는 전제 하에 권역 간 경계를 넘는 이주에서 주택자가점유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라는 가설을 실증적으로 검증한다.
Ⅲ. 분석모형과 자료
본 논문의 가설을 실증적으로 검증하기 위해서는 이주거리 유형에 따른 주택자가점유확률의 차이를 밝혀야 하며, 이를 위해 다음의 회귀식을 추정한다 :
여기서, pj는 가구 j가 이주 직후 주택을 자가로 점유할 확률에 해당한다. Xj는 가구 j의 가구주와 주택에 대한 속성을 포함하는 벡터에 해당한다. 주택점유형태 결정에 관한 선행연구들에서 공통적으로 제시되듯이, 가구주의 속성으로는 성, 연령, 혼인상태, 학력수준이 포함되고, 주택의 속성으로는 거처의 종류, 건축연도, 주거용 연면적이 포함된다. 다만, 가구소득은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를 이용한 분석에서만 포함된다.8)across Areaj는 이주가 광역시도 내 시군구 간 경계를 넘는 경우 1, 그렇지 않은 경우 0의 값을 갖는 더미변수에 해당한다. across Kwangkyukj은 이주가 권역 내 광역시도 간 경계를 넘는 경우 1, 그렇지 않은 경우 0의 값을 갖는 더미변수를 나타낸다. beyond Regionj은 이주가 권역 간 경계를 넘는 경우 1, 그렇지 않은 경우 0의 값을 갖는 더미변수에 해당한다. 분석은 지난 1년 이내에 이주한 가구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β0는 동일한 시군구 내에서 이주한 가구의 자가주택 점유비율을 나타낸다. 따라서, 이주를 통한 주택시장에서의 정보의 불확실성이 이주거리에 대체로 비례하며 이러한 불확실성이 주택투자의 위험으로 작용하여 주택의 자가점유확률이 낮아진다면 이론적으로 β1, β2, β3는 음(-)의 값을 가지며 β1에 비해 β2가 보다 작고 β2에 비해 β3가 보다 작아야 한다. εj는 통상의 오차항을 나타낸다.
본 논문의 실증분석은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2020년 20% 표본자료를 이용한다. 통계청은 2015년부터 행정자료를 활용하여 현장조사 없이 통계를 생산하는 등록센서스 방식을 채택하였으며,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현장조사를 위한 표본을 기존의 10%에서 20%로 두 배만큼 확대하였다. 표본자료는 33개 항목에 걸친 인구부문, 16개 항목을 포함하는 가구부문, 그리고 6개 항목에 대한 주택부문으로 구성된다. 세 부문 간 자료의 연계는 개별 가구와 주택에 대한 각각의 고유식별번호를 통해 가능하며, 실증분석을 위한 20% 표본자료에 대한 이용은 통계청의 원격접근서비스를 통해 이뤄진다. 이주 여부와 이주거리에 대한 파악은 인구부문에서 제공되는 현 거주지, 1년 전 거주지, 그리고 5년 전 거주지를 활용함으로써 가능하며, 이로 인해 조사시점 기준 1년 이내 이주와 1년 초과 5년 미만의 기간 내 이주는 식별되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주는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을 수반하며 통상적으로 주택의 임대계약이 최소 2년의 임대기간을 포함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1년 이내의 이주는 빈번하지 않을 것으로 가정된다.9) 이를 고려하여, 본 논문에서는 자료에서 현 거주지와 1년 전 거주지에 대한 정보를 이용하여 이주 여부와 이주거리 유형을 정의한다. 자료에서 1년 전 거주지에 대한 정보는 1년 전에 거주했던 시군구와 함께 1년 전 거주지의 유형에 의해 제공된다. 후자는 다섯 개의 범주 즉, ‘태어나지 않았음’, ‘현재 살고 있는 집’, ‘같은 시군구 내 다른 집’, ‘다른 시군구’, ‘북한 또는 외국’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1년 전에 태어나지 않았거나 현재 살고 있는 집에 거주하였거나 북한 또는 외국에 거주한 경우는 분석에서 제외된다.
인구부문에서 추출된 가구주 기준 개별 가구의 이주 여부와 이주거리를 가구부문자료에 가구단위 고유식별번호를 이용해 추가하여 분석을 위한 자료를 구축한다. 실증분석은 이주한 가구만을 대상으로 하며, 이주거리에 따른 이주의 유형은 시군구 내 이주, 시군구 간 이주, 광역시도 간 이주, 그리고 권역 간 이주로 구분한다. 권역은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영남권, 강원권, 제주권으로 구분한다.
<표 1>은 본 논문의 가설검증을 위한 실증분석에 이용된 자료의 변수들에 대한 기초통계를 보여준다. 분석에 포함된 표본은 323,585가구로, 이들은 조사시점 기준 1년 전과 거주지가 상이한 가구에 해당한다. 종속변수와 관련하여 주택점유의 형태별 분포는 자가 점유가 38.6%, 차가 점유 61.4%로 나타난다. 차가 점유는 다시 전세 27.6%, 보증금 있는 월세 27.0%, 보증금 없는 월세 1.7%, 사글세 0.5%, 그리고 관사나 사택 등을 포함하는 무상 점유가 4.6%로 분포한다.
이주거리 유형별 표본의 분포는 시군구 내 이주 39.0%, 시군구 간 이주 29.0%, 광역시도 간 이주 17.0%, 권역 간 이주 15.0%로 나타난다. 이는 지역의 물리적 범위가 커질수록 대체로 이주가 보다 먼 거리에 걸쳐 이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주의 확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통념에 부합한다.
가구주의 속성별 분포를 살펴보면, 표본의 63.7%가 남성이고 35.5%가 고졸 이하의 저학력에 해당한다. 연령은 15세에서 107세까지 분포하며, 평균은 44세에 해당한다. 혼인상태별로는 배우자가 있는 경우가 51.8%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미혼 33.1%, 이혼 9.5%, 사별 5.6%로 분포한다.
분석에 포함된 주택의 속성, 즉 거처의 종류, 건축연도, 주거용 연면적을 중심으로 이들의 분포를 살펴보면, 거처의 종류에서는 아파트가 60.7%로 가장 높고 다세대주택 13.2%, 단독주택 12.1% 등의 순으로 높은 비중을 나타낸다. 건축연도에 있어서는 1999년 혹은 그 이전에 건축된 경우가 32.7%로 가장 높고, 2016년 혹은 그 이후에 지어진 경우가 27.1%, 2000년과 2010년 사이 24.8%, 2011년부터 2015년까지 15.4%로 분포한다. 주거용 연면적을 기준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면적은 60m2 초과 85m2 이하로 전체 표본에서 33.1%를 차지하고 그 다음은 40m2 초과 60m2 이하의 경우로 28.5%를 차지한다.
Ⅳ. 실증분석 결과
<표 2>는 <식 1>에 대한 이항로짓 회귀분석결과를 보여주며, 한계효과는 독립변수들의 평균에서의 한계효과(marginal effect at the mean)가 아닌 개별 관측치의 한계효과를 평균한 수치(average marginal effect)이다.10) 열 (1)은 이주거리 유형만을 독립변수로 포함한 결과에 해당하고, 열 (2)는 이주하는 가구의 가구주와 주택에 대한 속성을 추가적으로 통제한 경우에 해당한다.
먼저, 열 (1)에서 이주거리 유형에 따라 주택자가점유확률에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시군구 내 이주에 비해 시군구 경계를 넘는 이주에서 새로 이사하는 주택을 자가로 점유할 확률이 5.2%p만큼 낮은 반면에 광역시도 간 경계를 넘는 이주에서는 해당 확률이 5.5%p만큼 낮고, 권역 간 경계를 넘는 이주에서는 11.5%p만큼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11) 이는 이주거리가 길수록 새로 이사하는 지역의 주거환경에 대한 정보가 보다 적어 해당 주택의 적정 가격수준 혹은 가격변화에 대한 예상 등에 있어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에 새로 이사하는 주택을 자가로 점유하기보다는 우선은 차가로 점유하고자 할 것이라는 선행연구들에서의 결과와 일관된다.
주택점유형태는 이주하는 가구의 가구주 혹은 주택의 속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고 이러한 속성들에 따라 이주거리 유형이 체계적으로 다르다면, 열 (1)에서의 추정결과는 변수누락에 의한 추정상의 오류를 포함하게 된다. 이를 고려해, 열 (2)에서는 이주하는 가구의 가구주와 주택의 속성을 통제한 분석결과를 제시한다. 주택자가점유확률에 대한 통제변수들의 관계는 관련 선행연구에서의 결과와 대체로 유사하다. 가구주가 남성이거나 연령이 높거나 기혼이거나 학력수준이 낮은 경우에 주택을 자가로 점유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해당 주택이 단독주택이거나 상대적으로 최근에 지어진 경우-이를테면, 건축되고 5년이 경과하지 않은 경우-에 자가점유의 확률이 높으나 면적과 자가점유확률 간에는 비선형의 관계가 나타난다. 면적이 클수록 자가점유의 확률이 처음에는 증가하나 면적이 130m2를 넘으면 오히려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주거리 유형에 따른 주택자가점유확률은 가구주와 주택의 속성이 통제되지 않은 열 (1)에서의 결과와 다소 차이를 보인다. 시군구 내 이주에 비해 시군구 간 이주에서 자가점유확률이 유의하게 낮지만 그 차이는 단지 0.4%p에 불과하다. 더욱이, 광역시도 간 이주에 대한 계수의 추정치가 비록 음(-)의 값을 갖지만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아 시군구 내 이주의 경우와 자가점유확률에서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권역 간 경계를 넘는 이주는 시군구 내 이주에 비해 자가점유확률이 여전히 5.4%p만큼 낮고 이는 광역시도 간 이주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12)
<표 3>은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 2020년 자료를 이용하여 이주 전 주택점유형태를 통제한 분석결과를 보여준다.13) 열 (1)은 이주 직전 거주지에서의 자가점유 여부를 통제하지 않은 반면에 열 (2)는 이를 통제하고 있다. 즉, 열 (1)의 경우 주택점유형태가 지속적이지 않거나 이주 직전의 주택점유형태가 이주거리 유형과 관련이 없다는 전제 하에 이주거리와 이주 직후의 주택점유형태 간 관계의 추정이 편의(bias)를 포함하지 않는다. 하지만, 열 (2)에서의 결과는 이주 직전에 자가로 주택을 점유한 경우에는 이주를 통한 새로운 거주지에서 자가로 주택을 점유할 확률이 23.1%p만큼 높은 것으로 나타나 열 (1)에서의 이주거리 유형에 따른 이주 직후 주택점유형태의 차이는 변수누락에 의한 추정상의 오류를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주 직전에 차가로 주택을 점유한 경우에는 이주 직후에도 차가로 주택을 점유할 개연성이 높고 이주 직전 자가점유자가 장거리 이주의 가능성이 보다 크다면 이주 직전 주택점유형태를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 권역 간 이주의 이주 직후 자가점유에 대한 영향은 과소 추정된다.14)
자가점유의 경우 이주에 따른 거래비용이 차가점유의 경우에 비해 통상 높다. 따라서, 이직 등의 사유로 근무지가 바뀔 때, 옛 직장과 새로운 직장 간 통근거리가 크게 증가하지 않는 이상 자가점유자는 이주를 꺼려하거나 이주하는 것에 소극적일 것이다. 다시 말해, 장거리 이주에서 자가점유자의 비중이 보다 높을 것이다. 실제로, 이주 직후 자가점유에 대한 권역 간 이주의 한계효과는 열 (1)에서 4.6%p의 감소로 열 (2)에서의 7.3%p 감소에 비해 감소의 폭이 작게 추정된다.
본 논문에서 이주거리 유형 간 이주거리가 상이할 뿐만 아니라 시군구 내 이주에 비해 시군구 간 이주가 보다 먼 거리를 이사하고, 시군구 간 이주에 비해 광역시도 간 이주가 보다 먼 거리를 이사하며, 광역시도 간 이주에 비해 권역 간 이주가 보다 먼 거리를 이사할 것이라는 가정은 평균적인 이주거리에 한정된다. 하지만, 실제로 일부 이주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단적으로, 전남의 구례군과 경남의 하동군은 각각 호남권과 영남권에 해당하여 권역이 다르지만 서로 인접하기 때문에 이 두 지역 간 이주는 경우에 따라 특정 시군구 내 이주에 비해 이주거리가 짧을 수 있다. 단순히 이주거리만을 고려한 Ha et al.(2021)의 결과에 비춰 이러한 이주에서는 자가점유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본 논문은 이주에 있어 거리뿐만 아니라 지역 간 경계를 넘는지에 대한 여부 역시 중요함을 실증적으로 제시한다.15) 특히, 권역 간 지역성이 현저하게 상이하며 이러한 지역성은 부동산거래에서도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권역 간 경계를 넘는 이주에서 부동산시장에 대한 정보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이로 인해 주택의 구입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여 자가가 아닌 차가로 주택을 점유하게 된다.
이러한 개연성을 보다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은 권역 간 경계를 넘는 이주들로 분석을 한정하되 인접한 시군구 간 이주에서의 자가점유확률과 인접하지 않은 시군구 간 이주에서의 자가점유확률을 비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주가 권역 간 경계를 넘는 경우에는 부동산시장에 대한 정보의 불확실성이 주택의 자가점유 가능성을 현저하게 낮출 정도로 크기 때문에 권역 간 이주에서 이주거리는 더 이상 주택의 자가점유확률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이 주장에 대한 검증은 <식 1>에서 이주거리 유형에 대한 더미변수들 대신에 이주가 인접한 시군구 간에 이뤄짐을 나타내는 더미변수를 추가하고 권역 간 경계를 넘는 이주에 한정하여 <식 1>을 추정함으로써 가능하다. <표 4>는 인구주택총조사 2020년 자료에 대한 실증분석결과(한계효과)를 보여준다. 분석은 편의상 강원도와 제주도를 제외한 지역들을 대상으로 한다. 즉, 분석대상 이주는 수도권과 충청권 간 이주(12,849건), 충청권과 호남권 간 이주(2,006건), 충청권과 영남권 간 이주(3,193건), 호남권과 영남권 간 이주(1,979건)만을 포함한다. 첫 번째 열의 수도권-충청권 간 이주, 두 번째 열의 충청권과 호남권 간 이주, 세 번째 열의 충청권과 영남권 간 이주, 마지막 열의 호남권과 영남권 간 이주 모두에서 인접한 시군구 간 이주는 인접하지 않은 시군구 간 이주와 주택의 자가점유확률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주: 괄호 안의 수치는 t-값임. 한계효과는, 독립변수들의 평균에서의 한계효과가 아닌, 개별 관측치의 한계효과를 평균한 수치임. <표 2>에서와 동일하게 가구주 속성과 주택 속성을 나타내는 변수들이 모형에 포함되었으나 지면상의 제약으로 이들의 추정결과는 표시되지 않음.
<표 4>의 분석결과는 이주에 있어 부동산시장에 대한 정보의 불확실성이 단순히 이주거리가 아닌 지역성에서 차이를 보이는 권역 간 경계를 넘는 이주의 경우에 보다 현저하게 커지며 이로 인해 이주를 통한 주택의 자가점유확률이 낮아짐을 나타낸다. 즉, <표 2>에서의 결과는 강건하며(robust) 본 논문의 가설이 실증적으로도 타당함을 제시한다.
Ⅴ. 결론
기술의 발달로 인해 주택매물을 온라인으로 소개하고 중개하는 다양한 부동산거래플랫폼들이 등장하였다. 하지만, 주택의 거래에 있어 주택 자체의 속성뿐만 아니라 인근 정주환경의 여건 또한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소인 반면에 이를 온라인으로 세세하게 확인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이러한 한계는 이주거리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본 논문은 이주거리와 주택점유형태 간 관계에 대해 실증적으로 분석한다. 이론적으로 전출지와 전입지 간 거리가 보다 길수록 전입지 주택시장에 대한 정보가 보다 불확실할 것이며, 증가한 불확실성 하에서 위험-회피적 혹은 위험-중립적 소비자는 주택의 점유형태에 대한 의사결정에서 자가가 아닌 차가를 선택할 가능성이 보다 클 것이다. 하지만, 이주를 통한 주택시장에 대한 정보의 불확실성은 단순히 이주의 거리에 비례하기보다는 오히려 전출지와 전입지 간 지역성의 차이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며, 권역 간 이주시 이러한 지역성의 차이가 상대적으로 클 것이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2020년 20% 표본자료를 이용한 실증분석결과에 의하면, 권역 간 경계를 넘는 이주는 시군구 내 이주에 비해 자가점유확률이 5.4%p만큼 낮다. 또한, 권역 간 경계를 넘는 이주로 분석을 한정하는 경우 인접한 시군구 간 이주에 비해 인접하지 않은 시군구 간 이주에서 자가점유확률이 명확하게 낮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결과들은 이주거리보다는 권역 간 이주 여부가 주택시장에 대한 정보의 불확실성에 보다 유의한 영향을 미침을 함축한다.
일반적으로, 정부의 주택정책은 국민의 안정적 주거를 우선시하며 주택의 자가점유비율은 통상 주거안정성을 측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에 해당한다. 한편, 본 논문의 실증분석결과가 제시하는 바와 같이 권역 간 경계를 넘는 이주에서 주택시장 관련 정보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이로 인해 주택의 자가점유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아지기 때문에 이를 완화하는 정책방안의 마련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부동산거래에서 공급자 혹은 중개인은 소비자에게 해당 부동산 관련 최대한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의 도입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과 주택거래 온라인플랫폼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주택의 거래에 있어 부동산 중개업자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이를테면, 미국의 부동산시장에서 중개업자의 인종차별적 태도는 백인과 흑인 간 거주지 격리를 야기하는 것으로 제시된다(Yinger, 1986). 우리나라에서도 주택 수요자의 이전 거주지에 따라 중개업자가 이들을 달리 응대한다면, 즉 정보 제공의 범위와 정도가 다르다면 이주거리 유형에 따라 주택점유형태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거래 대상 주택의 가격, 면적, 건축 이후 경과 연수, 인근 환경 등에 대한 표준적인 항목들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것도 주택거래에 있어 정보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주거리와 주택점유형태 간 관계에 대한 본 논문의 실증분석결과는 선행연구들이 간과한 전출지와 전입지 간 지역성의 차이를 고려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기여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전출지와 전입지 간 실제 이주거리를 측정하여 향후 분석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가구단위 패널자료구축을 통해 여러 시점에 걸친 이주와 주택점유형태의 변화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이 둘 간의 관계에 관한 동태적 분석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이는 장거리 이주시 처음에는 정보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주택을 차가로 점유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보의 불확실성이 완화되어 자가로 점유하는 경우가 증가할 것이라는 이론적 개연성에 대한 관찰을 가능케 할 것이다. 주택의 점유형태를 결정하는 요인으로서 지역의 보다 다양한 특성들이 통제될 필요가 있다. 특히, 지역의 주택가격 혹은 가격 대비 전월세의 비중과 같이 지역의 주택가격 시세가 분석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나 이는 향후 적절한 자료의 확보가 가능함을 전제로 한다.